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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무죄 확률은 1%가 안 된다

by 레드로2025 2022. 2. 23.

며칠 전 어느 변호사님이 1심에서 무죄받을 확률이 1%가 안된다고 하기에, 궁금해져서 필자 역시 근거자료를 찾아보았다. 약간 시간은 걸리긴 했지만 그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반영된 자료를 찾긴 하였는데... 정말 1%가 안 된다. 바로 아래 자료다. e-나라지표에서 찾은 자료인데...

 

보면 알겠지만 그나마 2021년도에 좀 높아져서 0.99%다. 그 전만 하더라도 0.5% 대였다. 2019년 이후로 조금씩 올라오는 추세이지만 1%가 안 되는 것은 여전하다. 즉, 당신이 피고인이라면 당신은 99% 확률로 유죄판결을 받는다는 것이다.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높아진 것 같지만 1심 무죄가 나오면 검사가 항소하기 때문에 1심 무죄 나온 건과 1심 유죄 나온 건 중 결과가 무죄로 바뀐 것을 합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많아야 2% 조금 넘는 확률이다. 결국 1심 무죄나 2심 무죄나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거의 유죄이고, 거의 그대로 결과가 유지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 구치소 내 피고인들은 다 알고 있다. 확률이 너무 낮아서 무죄 주장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이는 역으로 변호사들에게는 피고인의 무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죄 판결을 주장하는 이들이라면, 변호사가 자신을 위해서 온종일 시간을 투여할 수 있도록, 다른 사건 맡으면서 하느라 시간을 내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도록 지불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으로 지불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변호사 역시 다른 사건과 함께 당신의 사건을 진행하여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당신의 사건을 위해 오로지 힘을 쓸 수가 없고, 직원 월급 주랴, 어쏘 월급 주랴 계속해서 사건 수임을 해서 여러 사건을 동시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러 사건을 동시에 돌아가게 한다고 해보자. 여러 사건이 매번 기일이 잡힐 것이고, 당신 사건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결국 당신 사건에 변호사가 시간과 노력을 덜 투여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형사사건의 경우 2015년에 성공보수 무효 판결 나기 전까지 변호사들이 당장 금액이 없는 피고인들을 위해 착수보수는 조금 낮게 그러나 성공 보수는 높여서 금액을 받아 온 것이다. 결과를 잘 받기 힘들기 때문에 그 노력의 대가로 받는 것이 형사사건 성공보수였다. 그런데 대법관들이, 실제 변호사업무의 실태를 모르는 분들이 이런 노력을 다 무시해버리고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 내버렸다. 무죄받느라 개고생하고 있는 변호사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마치 자신들이 잘해서 무죄받은 것이고, 변호사는 별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변호사가 '주장'하지 않으면, 피고인은 제대로 무죄 여부를 판단받을 수 없다.

 

필자가 경험한 결과, 판사들은 손글씨로 삐뚤삐뚤 쓰인 서면 읽는 것을 힘들어하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 하고 싶은 말을 주저리주저리 쓴 서면 읽는 것도 힘들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호사가 논리 정연하게 정리를 해주면서, 왜 무죄인지 확실하게 주장하는 서면이 아니면 사실 무죄받기 힘들다. 읽다가 힘들어서 그냥 '검사가 맞겠거니...'하고 판단 내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변호사가 제대로 주장하지 않으면 '무죄' 판결이란 거의 없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에 눈에 뭐가 씌었는지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무효라는 이상한 판결이 나와 버렸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변호사는 기를 쓰고 무죄받기 위해 애쓸 유인 요소가 많이 줄어든다. 형사사건 어차피 1% 확률로 무죄인데, 성공보수도 못 받고 고생만 몇 년을 하는데 (심지어 소송하다 병도 생길 지경인데) 뭐하러 무죄받으려 몸 헤치고 가난해지겠는가. 유난히 무죄 주장해달라는 피고인들이 있는데, 착수 보수나 타임 차지나 그에 상응하게 내셔야 될 것으로 보인다. 형사사건 무죄 확률 매우 낮다. 1% 안 된다. 

 

그래서 피고인들 중에는 양형참작 위주로 주장해달라는 분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본다. 양형 참작의 주된 요소는 '합의'이기 때문에 피고인인데 양형 참작받고 싶다면 피해자와 어떻게든 합의를 보시는 것이 좋다. 적어도 2심 변론종결 전까지는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한다. 가끔씩 정말 안타까운 사례로 선고 바로 직전에 합의되었는데, 선고에 반영이 안 된 경우도 있었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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