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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퇴사하는 변호사들. 변호사 업무는 장래가 없다?

by 레드로2025 2022. 2. 21.

얼마 전 법률신문에서 나오다시피 젊은 변호사들의 퇴사 내지 이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퇴사할 결심을 굳힌 젊은 변호사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선배 변호사들의 말들을 보면 변호사 업계에도 기존과 다른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젊은 변호사들의 퇴사 내지 이직은 수년 전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업계에 계속 있다 보니 답이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아예 다른 직군에서의 삶을 계획하는 이들도 있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우리나라의 현상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2020년에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시장조사 회사인 아크리타스(Acritas)와 공동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었는데 이때 응답자의 54%가 5년 내 새로운, 그러나 기존 직장에 필적하는 직장으로 옮길 것 같다는 회신을 하였다고 한다. 33%는 아예 새로운 법률 직업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하였으며, 20%는 법률 직업을 아예 떠날 것 같다는 응답도 나왔다고 한다.

 

https://www.legal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937 

 

젊은 변호사 절반 넘게 '5년 내 이직 검토' - 리걸타임즈

40세 이하 전 세계 젊은 변호사의 54%가 앞으로 5년 이내에 법률회사를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세계변호사협회(IBA)가 젊은 변호사들에 대한 쟁탈전 즉, talent war 와

www.legaltimes.co.kr

 

보면서 변호사 업무 자체에 대한 재고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 커뮤니티에서도 심심하면 올라오는 글들 중 하나가 '변호사 업무가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요'라는 종류의 글인데, 이 글에 달린 댓글들에 의하면 사내변호사나 공공기관 소속으로 옮기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실제로 옮기고 나서 삶의 여유을 찾았다는 말과 함께. 필자 역시 전통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삶이 팍팍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생각을 해보시라. 매일 같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상담하는 분들 보면, 인생 정말 안 풀리는 이들, 범죄 혐의로 수사받는 이들, 가족 등과 사이가 안 좋아 이혼 등을 결심하는 이들 등... 보통 사람들이라면 수년에 걸쳐 1번 있을까 말까 한 안 좋은, 그것도 매우 안 좋은!! 그냥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일들을 변호사들은 매일같이 들어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을 내야 한다.

 

이러한 일들에 대한 대가인지 변호사들 커뮤니티에 '건강이 나빠졌다.', '성격이 변해진 것이 느껴진다.'라는 글들 많이 올라오는데, 이 글 쓰는 필자도 몇 년 지나니 확실히 예전 성격이 완전히 바뀐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TV등에 나오는 알고 있었던 같은 학교 나온 동문 변호사의 인상도 예전의 순한 인상에서 매서운 인상으로 바뀐 것이 느껴질 정도다. 결국 변호사 업무라는 것이 '험한' 업무라 직접 업무를 처리하면 할수록 성격 괴팍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혹 방송에 나오는 인상 너무 좋은 변호사님들도 계신데, 실제로 업무를 처리하는 분은 아니고 사건 수임하시는 분이라고 보시면 된다. 실제로 맡게 되는 온갖 험한 업무는 그 밑의 어쏘 변호사가 맡게 된다. 사건 수임해오시는 분들은 실제로 험한 업무를 다루고 계시지 않는다. 관리는 하고 있을 순 있어도. 여기서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사건 수임하는 변호사님이 너무 공감 잘해주셔서 사건 잘 해결해주실 것이라 생각해서 맡기면 안 된다는 것. 마음은 초반에 따뜻할 수 있어도 결과가 따뜻하지 못할 수 있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어쏘 변호사의 성격와 인상 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러니 누군들 퇴사하고 싶지 않겠는가? 퇴사 각이지. IBA-아크리타스 조사에서도 젊은 변호사들이 현재의 역할에서 떠나려는 이유 중 하나로 보수(Salary)를 48.6%가 들었다고 하는데,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붙이고 싶다. 그냥 보수가 아니다.

 

'업무 강도'에 대비한 보수지.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변호사가 맡게 되는 '업무 난이도 및 강도'는 공무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민원' 업무, 그 '민원' 업무를 뛰어넘는 업무'만'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이 글 쓰면서도 완전 3D 직역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니까 업무 강도로만 보면 공무원들의 몇 십배를 더 벌어야 수지가 맞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병원비, 건강유지에 드는 비용으로 월급이 다 나간다.

 

국선변호인, 피해자 국선 변호사도 헬(hell) 중의 헬이다. MZ 세대들이 본 이들 변호사 업무는 정말 헬 급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에 들려오는 말들에 의하면 학교폭력 사건도 이 정도 급, 아니 잘못 걸리면 그 이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야 묻고 있는 것이다. '나 이 직업, 왜 선택했지?' 간혹 어떤 이들은 '교수들이 이 직업이 이런 업무라고 얘기해줬으면 당장 자퇴했을 것'이라는 말도 하는데, 사실 교수들은 모른다. 교수들은 학교에서 이론 중심으로 연구하고, 동료 교수들과 고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살아오셨기 때문에 야생의 야수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모른다.

 

예전에야 법조인이라고 하면 굉장히 명예직이었는데, 이제는 기업가나 투자가로 돈 버는 것이 최고이고 선이 되어 버렸다. 법조인은 그 밑에 들어가서 법률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다 된 거다. 사실 국선변호인, 피해자 국선 변호사는 가장 공익적인 업무이면서 한 인간의 인생 자체를 다루는 업무이기 때문에 고귀한 업무인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노동강도만 어마 무시하게 세고 보수나 비용은 쥐꼬리만큼만 주는 그런 일이 되어 버렸다. 하여간 법무법인 대표를 하거나, 아예 사내 변호사로 입사하였지만 CEO급으로 승진하거나, 아니면 뛰쳐나와서 새로운 직역을 찾거나 그러지 않은 이상 예전만큼의 지위나 명예는 없다. 그런데 최근에는 법조 시장이 확장되고 있지 않아서 법무법인 대표를 해서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가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사실 굉장히 모순적인 제도다. 사시나 로스쿨이나. 자영업에 가장 안 맞는 공부만 열심히 한 '모범생'들이 사시제도나 로스쿨 제도를 통해 시험을 봐서 공무원인 판사나 검사가 되지 못하면 결국 자영업을 하거나 자영업자 밑에서 뼈 갈리는 힘든 업무를 하는 이상한 구조다. 국선변호인을 하면 더 웃기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가장 '모범생'인 사람이 가장 세상에서 '야수 급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구조다. 이러니, 모순이지. 사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자기만큼 야수급의 변호사여야 하는데... 

 

그래서 다들 떠나가는 것이다. 이 직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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