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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상대방 몰래 녹음해야 된다'가 70%

by 레드로2025 2022. 2. 16.

한국에서는 대화 참여자가 자신과 이야기하는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나중에 언론에 유포하거나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언론에서도 이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이에 대하여 언급한 한국경제 기사이다. 바로 녹음파일, 녹취록이 불신사회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녹음파일, 녹취록이 불신사회를 '조장'한다는 말에는 약간 다른 견해이다.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이기 '때문에' 녹음파일, 녹취록이 성행하는 것은 아닐까?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021181001

 

"지금 당신의 대화는 자동 녹음 중"…'녹취 공포' 닥쳤다

"지금 당신의 대화는 자동 녹음 중"…'녹취 공포' 닥쳤다, 통화 자동녹음 가능한 스마트폰 4000만대 무분별한 사생활 폭로 vs 최후의 방어수단

www.hankyung.com

 

녹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화 상대방이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녹음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바로 대화 상대방이 말을 바꾸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돌변하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 많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내에서는 유독 다른 범죄유형보다 '사기' 유형의 사건들의 비중이 높다(아, 다른 강력범죄의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삼아야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신체의 안전은 확보되는 사회라는 것이니...) 이런 말 바꾸기 등의 행동들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녹음파일의 전성기를 불러온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말을 그렇게 쉽게 바꾸는데 녹음파일이라도 있어야지, 그대로 당할 터인가?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9010319051469054 

 

[MT리포트] 사기범죄율 1위 한국…'OO'하면 당한다 - 머니투데이

한국은 어쩌다 사기범죄 1위 국가가 됐나[사기공화국-오명을 벗자 1-①] 100명 중 1명은 사기당해…신종 사기 수법에 고소·고발 급증까지#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일본...

news.mt.co.kr

 

만일 상대방이 예전에 했던 말을 그대로 지켰으면 녹음파일이 있더라도 세상에 공개될 일은 없을 것이다. 믿음을 지켰으니까. 녹음파일이 세상에 공개되는 이유는 바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바꾸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내가 미국에 있었을 때 미국에서는 거짓말을 굉장히 나쁘게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와 사뭇 다른 사회 분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의 문제점으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것에 대한 방어기제로 자동녹음 기능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슬픈 현실이다. 스스로를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해 녹음을 필수적으로 해야 되는 사회라니. 어떤 변호사는 '녹음'을 권장하는데, 난 글쎄... 이걸 권장해야 되나... 이런 생각이 적지 않게 든다.

 

위 기사들 내용을 보면 네이버에서 2017년경 네티즌 대략 2만명을 대상으로 '통화 중 녹음'을 할 경우 녹음한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고지할 것을 요구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네티즌의 71퍼센트가 반대하였다고 한다. 녹음사실을 고지하면 상대방이 말을 조심할 듯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방이 말조심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나에 대한 신뢰(내 말을 녹음하고 있다니!)가 깨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무방비 상태일 때 녹음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것보다 내가 녹음 사실을 알리면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바뀔까 걱정이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로 한국의 스마트폰 시장의 80%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는데, 한국 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상대방 모르게 언제든지 통화를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반면, 애플 아이폰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통화 녹음 기능이 제공되고 있지는 않다고 하는데, 그런 까닭에 변호사들 중에서는 업무용 폰으로 무조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애플 아이폰이 녹음이 되지 않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애플 아이폰이 왠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이 안타까움을 뭐라고 해야 될지...

 

그런데 이 녹음파일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해서 최근 한국의 1심 법원에서 강간죄로 기소된 남자가 무죄로 풀려나오는데 성관계 당시의 녹음파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실 둘 만의 만남에서 있었던 일은 얼마든지 서로의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의 말보다는 피해자로 주장하는 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고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면 가해자의 주장을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사실 교과서로 배웠지, 실제로는 거의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법조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 알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녹음파일, 녹취록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추세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녹취파일을 녹취서로 바꾸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니, 점점 이 녹음파일, 녹취록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커지지 않을까.

 

아래는 관련 동영상 유튜브: https://youtu.be/YzWEiIgxU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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